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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나쁜 날 Ep.2 (신규 임원 부임 인사 + 첫 사직서 수리)

by 오마이해피데이즈 202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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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정말 이상하리만치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커뮤니케이션 중인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예외적인 업무 요청 혹은 제안이 오고, 뜬금없는 신규 임원 부임 인사 공고에 이어 마지막으로 팀장이 된 이후 팀원에게 첫 사직서를 받는 일까지.. 어제는 불행에 가까운 느낌으로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태로 퇴근을 했다. 만 하루가 지나고 지금은 다시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글을 쓴다.

 

신규 임원 부임 인사

 

오전에 대표님에게 보고할 사항이 있어 구두로 간단히 보고를 드리고 마무리를 하려는데, 대표님이 대뜸 영업 부서에 임원 급으로 얘기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아직 확실치는 않은데 아마 올 것 같다고.. 현재 우리 회사의 가장 큰 거래처 영업팀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던 사람인데, 우리 회사에 오면 거래처의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으니 여러모로 운영 상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비밀스럽게 얘기하였다. 그리고, 오후 4시쯤 사내 게시판에 신규 임원 부임에 관한 인사 공고 및 그에 따른 내부 결재 라인 변경에 대한 게시물이 업데이트되었다.

 

물론 능력 있는 임원이 조직에 합류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현재 조직 구조상 이사급 인원이 충원된다는 것이 상당히 기형적인 상황이다. 영업지원과 디자인 담당자를 제외한 오프라인 영업 인원은 과장, 차장, 부장, 본부장 급으로 각 1명씩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본부장 상급자로 전무급 임원 인사가 진행된 것이다. 지금도 본부장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데, 전무이사가 오면 어떤 역할을 할지, 본부장은 또 역할이 어떻게 바뀔지, 인사 업무까지 총괄하는 경영지원팀장도 어제 당일 대표님 지시로 신규 임원 인사가 확정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니, 신규 임원이 공식적으로 출근하는 3월이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첫 사직서 수리

 

팀원 중에 특히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지는 구성원이 있다.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기 위해 고향인 부산에서 올라와 혼자 오피스텔에 거주하면서 지내는 나보다 딱 10살 어린 친구다. 처음 인턴 면접을 위한 서류 심사부터 사내 최초 Zoom 미팅을 통해 합격통보를 하고 3개월 인턴 기간을 거쳐 정직원 전환 후 2년 3개월간 함께 일을 했다. 평소 조용조용하지만 꼼꼼하고 예의 바른 성격과 업무 스타일로 함께 일하는 팀원들 내에서는 평이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몸과 멘탈이 상당히 약한 편이라 조금만 예상과 다른 상황이 닥치면 표정에서 바로 불안함 혹은 기분 나쁨 등의 감정이 드러나고, 한두 달에 한 번은 꼭 당일 오전 병가를 사용했다.

 

작년 여름쯤 힘들어서 일하는 것을 그만둬야겠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해외 브랜드 사와 커뮤니케이션 시 답변이 제때 안 오고 세 번 네 번 똑같은 질문과 답변 요청을 하는 것이 너무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런 상황이 견딜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머리로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함께 좀 더 해야 할 것들이 많고 충분히 더 발전 가능성이 있는 팀원이라 생각해서 어떻게 하면 함께 더 일할 수 있을지 논의해 보았다. 좀 쉬면 괜찮아질 것 같다는 말에 얼마 정도 쉬면 되겠냐고 하니 두 달 정도는 쉬어야겠다고 해서 6주로 합의하고 인사팀장과 대표님을 설득하여 또다시 사내 최초로 무급 병가 형태로 6주의 휴식 기간을 주었다. 그리고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A4 용지를 3등분으로 고이 접어 낸 사직서를 다시 받게 되었다.

 

자기 자신의 인생이고 스스로의 상태와 능력과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본인일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퇴사 사유를 물어보았을 때는 특별한 사유는 없다는 답변을, 갈 곳은 정했다는 질문에 이제 찾아봐야 한다는 답변을 한 것이다. 팀장으로서 이 정도의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를 안 할 만큼 내가 신뢰감을 주지 못한 것인지, 정말 사실이 그러한 것인지, 그냥 퇴사 결심을 한 사람들을 원래 이 정도로 답변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친구가 정글 같은 사회에서 본인이 희뿌옇게 꿈꾸는 유토피아를 만나 잘 정착하길 바랄 뿐이다. 진심으로 그동안 애써줘서 고마웠다고 얘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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