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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중소생활

운수 나쁜 날 Ep.1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이슈)

by 오마이해피데이즈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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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뭔가 싸한 느낌이 나면서,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들이 시시각각으로 폭탄처럼 터져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때. 현실감이 다소 떨어지는 꿈같은 날들. 오늘이 나에게는 그런 날이었다. 하루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되새겨 보면서 멘털을 다시 부여잡고자 글을 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이슈

아침에 출근해서 메일을 열어보니 해외 파트너 업체에서 보낸 메일들이 24개 정도 와 있었다. 보통은 루틴한 업무에 대한 답변들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유독 모든 브랜드사에서 중요한 업무 내용들을 보내왔다.

 

- A브랜드: 3주 뒤 한국에서 대면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작년 초 수출 원가를 일괄적으로 10% 정도 인상하였다. 이와 더불어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국내 판매가를 10% 이상 인상하게 되었다. 이후 매출이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하였고, 한국 시장에서 매출 회복을 위해서는 적절한 판매가가 책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원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개월간 계속해 왔다. 언제나 대답은 NO. 그러다 갑자기 미팅을 준비하는 시점에 15%나 원가 인하를 해 주겠다는 메일이 왔고, 판매가 조정에 따른 매출 증가 기대치에 대한 자료를 검토 후, 6월 이후 미팅을 진행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 B브랜드: S/S시즌 주력 판매 제품을 가진 B브랜드에서 구성품을 하나 추가해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메일이 왔다. 구성품이 하나 추가되면 수입 원가 변경, 패키지 변경 및 생산 및 운송 시간 소요 등으로 2월 중에 발주 최종 확정이 된다 하더라도 신규 상품은 8월 이후 한국 수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시즌 판매 물량의 대부분이 준비 되었거나 한창 준비 중인 이 상황에서 신규 제품 개발 프로젝트 제안을 준 이유가 무엇일까?

 

- C브랜드: 이 브랜드는 기존 3년 계약이 이미 작년 3분기에 종료 되었다. 물론 신규 계약서 검토 요청은 계약 종료 2개월 전부터 진행이 되었고 현재 시점에서 아직 신규 계약서의 최종본을 전달받지 못한 상태이다. 담당자의 출장 등으로 2월 중으로는 최종 계약서 내용을 전달해 주지 못할 것 같다고 하는데, 계약의 시작은 회계연도에 따른 시점 기준으로 설정이 필요하여 7월부터 해야 한다고 한다. 독점수입업자가 계약서 상으로 보호가 안 되는 계약 진행을 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또한 기존 3년짜리 계약 기간도 2년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의견이 왔다. 전년대비 매출이 3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상한 부분이다.

 

- D브랜드: 론칭 후 1년간 브랜드 운영을 위한 최소 수량만 격월 혹은 분기에 한 번 오더를 진행 하였다. 브랜드 사에서 최소 오더 금액 기준이 있다고 해당 금액을 USD10,000로 통지하였다. 이 금액은 최소 6개월 정도 판매가 가능한 물량을 한 번에 사 와야 하는 금액으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판매한 물량을 한 번에 가져오게 되면 현금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사용 기한 기준의 이유로 국내에서 판매 가능한  기간이 훨씬 더 짧아지게 된다.

 

- E브랜드: 글로벌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화요일에 전달했는데, 이번 주 금요일까지 한국 시장에서 진행할 마케팅 계획과 오더 계획을 전달해 달라고 한다. 마케팅 팀에서 해당 컬래버레이션을 국내 시장에 맞는 방식으로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하루 만에 아웃라인을 만들고 오늘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영업 부서에 캠페인 설명 및 국내 론칭 가능 여부에 대한 미팅을 진행하였다. 해당 캠페인과 연계된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이 출시 예정이나, 현재 시점에서 한국 시장에 썩 매력 있는 제품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브랜드사의 다른 전 세계 파트너사에서 다양한 캠페인 연계 프로모션 및 판매를 진행할 때, 한국 시장만 동참하지 못한다면? 추후 브랜드사와 커뮤니케이션 시, 한국은 매우 소극적인 시장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F브랜드: 신제품 론칭 준비를 시작한지 6개월이 넘어간다. 지난주 최종으로 영업부서와 미팅 시에 오프라인 채널의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온라인 채널 론칭을 우선적으로 한다는 결론이 있었다. 아침에 오프라인 팀장님에게 전화가 와서 채널 론칭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 및 사진 촬영 업무를 진행해도 되는지, 프로세스 정리를 새로 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짜증 섞인 의견을 던지듯 하셨다. 일단 전화를 끊고 팀원들과 업무 진행 중 좀 더 확인할 사항이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업무를 잠깐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총괄하는 본부장님과 대화를 하던 도중, 진행 업무 중단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온라인은 예정대로 론칭 진행 가능하다고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말씀하셨다. 팀원들에게 업무 재진행을 요청했고, 이미 스케줄 조정이 끝나서 계획보다 10일 정도 지연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다음 이야기 꼭지

 

아직 제목에 언급한 내용은 쓰지도 않았는데 글이 길어져 버렸다. 신규 임원 부임 인사 공지와 팀장이 된 이후 처음 받는 사직서 이야기는 내일 마무리 지어야겠다. 한 회사에 11년째 다니면서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서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가졌겠거니 종종 생각하지만, 일상을 상상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날은 일 년에 한번 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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